소설 [불편한 편의점] 불편함이 주는 재미, 감동 다 좋아 /아들맘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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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색은 다양하다. 문체가 맛깔스러워서 읽게 되는 책이 있고 문장이 수려해서 마음을 끄는 책이 있으며 스토리가 신박해서 놓을 수 없는 책이 있다. 그 스토리속 인물들이 나에게 감동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참 신기하지. 스토리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기승전결의 짜임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더라도 결국 인과응보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그 숱한 소설들은 하나같이 다른 느낌과 생각거리와 감동을 주곤한다. 가끔은 청소년 소설 장르같은 책들도 거센 파도가 해변가를 기습하듯, 가슴으로 감동이 밀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가볍다는 이유로 외면할 때도 있는데 이 책은 두 명이 추천을 해서 맘 먹고 읽어보기로 했다. 음.. 기승전결의 뻔한 짜임새. 인과응보의 뻔한 결론. 그래서 보나마나. 라고 단정내리면 큰일 날 뻔한,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가 익숙하면서도 신선해서 읽는 내내 가슴이 훈훈했다.
노숙자. 정년퇴직을 한 역사교사, 역사교사의 아들 민식, 역사교사 할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의 알바생 시현, 할머니를 언니처럼 따르는 알바생 선숙 그리고 청파동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릴 적 온 가족이 아침밥을 먹으며 함께 보았던 주말 드라마처럼 훈훈하다. 한지붕 세가족 그런 느낌. 따스하고 훈훈해서 서늘하고 슬픈 구석도 많다. 슬프고 서늘해서 더 따스하고 훈훈하단 것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많이 와 닿을 거다. 그 훈훈하고 슬프고 따스하고 속상한 캐릭터들이 전개하는 인생은.. 참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생과 거의 일치한다. 닮아도 너무 닮았어.. 자본주의에서 불편하다는 것은? 돈이 없다는 것 그것이 유일하다. 돈이 있다면? 불편할 것이 1도 없기 마련.
그래서일까? 제목부터 불편한 편의점이다.
서울의 오래된, 가난한 동네. 위치도 애매해서 매상도 잘 나오지 않는. 알바생의 생계를 위해서 그나마 끌고 가야하는 가게. 규모도 작고 수익도 적다보니 규모의 경제가 증명하듯이 별로 갖춘것도 없다. 편의점은 편리하라고 있는데 그래서 불편한다. 헌데.. 사장님은 수익을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알바생은 사장님의 진심을 알아서 유유상종이라고 좋은 사람들끼리 모이다보니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 가진 것 없고 다소 불편해야. 돈보다는 사람이 보여야 이 작은 편의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인생도 훈훈한데.. 커다란 지구도 좀 그래야 하지 않으려나.. 싶다. 편의점 사장의 분홍 파우치를 찾아주는 노숙자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는, 알콜성 치매로 기억을 잃어버린 노숙자의 기억을 찾아가는 것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노숙자가 편의점 사장님의 분홍파우치를 찾아준 인연으로, 그 노숙자가 편의점 야간 알바생으로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마지막 그의 정체를 알고나면 다시 한 번 자본주의에 대한 씁쓸함이 목구멍에 걸린듯 넘어가지 않는다. 최근에 본 뱅크시 전시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한다.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외모도 능력중에 하나여야 하는걸까. 왜 살기 위해 예뻐져야 하고, 남들의 시선을 위해 목숨마저 걸어야 하는걸까. 작가는 노숙자의 말투처럼 느릿느릿하고 느슨한,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 구조 속에서 누구를 위해서 돈을 많이 버는건지 목적의식도 없이 가족들을 외면하고 성취라는 갑옷을 입은 사람들. 혹은 가진게 없어서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가랑이 찢어지는 줄 모르고 남들과 비교하며 살다가 소중한 가족과 담을 쌓게 되는 사람들 바로 우리의 자화상을 아프게 그러나 참 따스하게 꼬집는 작가의 필체. 기대 이상으로 마음을 움직였다. 다만 작가.. 가족 관계에 대해 너무 잘알아.. 진짜 찐 리얼한게...
역시 기승전- 아들 문제는 아들이더라!
너무 리얼해서 아들 둘 엄마. 심장 얼어붙는 줄 알았다. 소통 안되고, 사고치고, 답이 없는 건 다 아들이고 부모님 걱정하고 꿈을 가꾸고 그래도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건 여자, 내지 딸이더라. 아. 맴찢. 나 그런 아들 둘이나 있는데.. 내가 편의점 사장님 같은 신세 안되란 법 있으려나.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다. 흑. 실질적인 공포감과 두려움 때문에 이 책이 더 와닿았는지도.. ㅋ 많은 방송과 책과 영상에서 돈보다 관계와 소통이 중요한거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현생이 만만치 않아서 자본주의를 허겁지겁 따라사느라 자꾸 나의 속도를 망각하는 우리들 그럴 때 주변을 한 번 돌아보고 쉬어가란 의미로 꽤나 괜찮은 책 같았다.
좀 불편해도 되잖아..
작가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듯 했다. 또한 의료사고와 의료법, 의사의 면허 문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리는 책인데. 인재로 인해 사람의 생명을 잃게 되더라도, 의사생활을 가능한 우리나라의 참 이상한 법. 이것에 대해 더 큰 관심과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여운도 남기는 책이다. (고 신해철님의 의료사고가 떠오르기도 했다.) 책에 대한 주관적 해석은 그만. 작가의 문장을 캐릭터 별로 남겨본다. 어떤 책인지 짐작해 보시길 -역사교사로 퇴직한 편의점 주인이 아들에게- "민식아 가족한테 사고 치는 거 아니다." "역사 교사로 정년을 보낸 내가 한마디 하자면 , 국가고 사람이고 다 지난 일을 가지고 평가받는 거란다. 네가 그동안 한 짓들을 떠올려봐라. 너는 너 자신을 믿을 수 있니?" -알바생 인생 시현의 표현 JS- 프렌차이스 커피숍에서는 JS 라 불리는 진상들을 응대하는 메뉴얼을 익한 바 있고, 갈빗집에서는 자기가 구운 고기가 탄 걸 종업원 탓으로 돌리는 제이에스를 겪으며 멘탈도 단련했다. -편의점 주인의 친한 교회동생이자 편의점 알바생 선숙과 그의 아들- 선숙이 두 시간 늦게 오게 되자 아들은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설거지나 뒷정리는 나 몰라라 펼쳐놓기 일쑤였다. 공부에 집중하느라 그런다고 생각하기에는 방에서 들리는 온라인 게임 소리가 너무 커 그녀의 마음을 참담하게 만들 따름이었다. 요컨대 아들 녀석은 자신이 집을 비운 만큼 더 어지를 뿐 도무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 따윈 하지 않았다. (왜 우리 아들하고.똑..) -노숙자 주인공이 선숙에게- 아들 말을 먼저... 들어보세요.
지금 보니까 아들이 마, 말을 안듣는다고 하는데... 선숙씨도 아들 말을... 안 듣는 거 같아요.
지금 내 말은 잘 들으시는데... 아들 말도 들어봐요. 왜.. 회사를 그만뒀는지.. 왜 주식을 했는지... 왜 영화를 했는지.. 그런거 말이예요.
-매일 퇴근길 편의점에서 참참참을 꼭 하고 가는 아저씨-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나?
그러니까 그게 없어져버린 거다. 젊을 때는 실수를 해도 만회할 힘이 있었고, 숙취에 절어도 뜨거운 물 샤워 한 방에 털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회복탄력성은 게임 속 에너지 게이지가 닳아 없어지듯 그의 인생에서 빠르게 휘발되고 있었다. -그 아저씨에게 노숙자 알바생이- (... 는 노숙자 아저씨가 말을 더듬는 표현) "술 끊고 옥수수수염차... 드세요.
아까 아내분이 집에서 술... 금지시켰다면서요. 옥수수수염차 드시면... 떨지 않고 집에서 야식 드실 수 있잖아요. 가, 가족과 함께." "청파동에서 제일 고운...그러니까...아주 똑같이 고운 아이 둘이 이거 좋아해요." 사내는 계산을 하며 예의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경만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건네며 마른침을 삼켰다. "걔들이 이 초콜릿 엄청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안 사고... 초, 초코우유 원플러스 원만 사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물었어요... 너희들 요새 이거.. 끊었니?" "....그래서요?" "큰앤지 작은앤지 암튼... 하나나 그러더라구요. 이제.. 원플러스 원 아니잖아요. 그래서 내가 떠 봤죠. 얘들아, 이거.. 어, 얼마 한다고. 엄마한테 사다라고.. 그래 그러니까.. 걔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사내가 너무 느릿느릿 말해 경만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뭐라고 했는데요? 엄마가.. 아빠 힘들게 돈 버니까.... 돈 아껴 써야 한다고.. 편의점에 가면 원 플러스 원만 사라고... 그랬다는 거예요. 거참. 정말 아, 알뜰하다 싶었고... 애들이 참... 자알 컸다 싶었죠. (역시 딸.. 딸은 달라..) -정년퇴직한 편의점 사장님이 노숙자에게-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내 인생의 가치관. 앞으로 나는 이리 살고 싶다.) 참참참 = 참깨라면, 참치삼각김밥. 참이슬 -편의점 사장 아들 민식이와 노숙자 알바생의 대화- "날 자르면 당장... 야간 알바...누가 할 건데?" "그거야 널린 게 사람인데 구하면 되지, 잘릴 놈이 별걸 다 신경쓰네." "당신 나 못...잘라. 야간 알바..안구해져. 당신이 이 일 할 리 없고.. 사장님 지금 아프셔." "뭐라고?" "맞아... 사장님이 그러시더군. 아들 하나 있는게... 엄마가 아파도.. 거들떠도 안 본 다고." -은퇴한 좋은사람들 흥신소 차려 남의 뒤 캐는 곽- 억울한 건 없다. 당시엔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되었다. 지난 2년간 가족과 분리되어 혼자 살게 되자 스스로의 뒷모습도 거울 없이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보니 곽은 할 줄 아는게 없었다. 돈만 벌어다 줄 알았지 요리라곤 라면밖에 못 끓였고 세탁기도 돌릴 줄 몰랐다. 자식들과 대화하는 것도 너무나 어색하고 힘이 들었다. 아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손찌검만 안 했지 수시로 고함을 치고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아이들 역시 그것을 보고 자라지 않았겠는가? 결국 고립은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대화를 나눌 가족이 사라졌고 그것이 스스로의 탓임을 깨닫게 된 곽은, 그제야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가 편하게 느껴졌다. 진즉에 봉했어야 했다. 가족들에게 무심코 던졌던 폭력적인 말들이 고스란히 자신의 뒤통수에서 울릴 때마다 자업자득이란 말을 되새김질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 출신 극작가 정인경, 노숙자 알바생 캐릭터로 극본 쓰는 중- (노숙자 알바가 보는 정인경) 정 작가가 마스크 위로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자신의 비극을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알찬 기운이 느껴졌다. 그건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새벽의 편의점에서 우리는 이야기했다. 그녀는 내 과거를 캐내기 위해 자신의 과거도 많이 털어놓았다.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는 그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해결하는 진행 방법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노숙자 알바가 곽에게-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불쑥 튀어나온 말에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손님에게라... 그렇군. 여기서 접객을 더 배워야겠네. 곽 씨가 고맙다는 말을 덧붙이고는 뒷모습을 보였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 이 책의 교훈- (이걸 문장으로 모르는 사람이 있나... 이 문장이 현실로 만들기가 어렵지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야지. 평생...)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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